그리움으로 돌아보는 선비의 길 ‘절골’

조선조 중종 때의 문신 눌재 박상 선생은 절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희대의 폭군이며 패륜아인 연산군이 8도에 채홍사를 내려 보내 미색을 구하던 중 나주 골에 사는 무한 우부리(牛夫里)의 딸이 뽑혔다.

얼마 후 그 딸이 후궁(後宮)이 되어 연산군의 총애를 받게 되자 그 아비 우부리는 자못 기세가 등등 제 세상 만난 듯 온갖 못된 짓을 자행하니 민심이 날로 흉흉하고 그곳 원님은 말할 것도 없고도 관찰사까지도 그 자의 비위를 거슬리면 목이 달아나는 판이었다. 눌재 박상 선생은 불의를 보고서는 참지 못하는 의기호협한 성품으로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전라 도사를 자원하여 부임하였다.

그런 때 새로 도임 한 그에게 동료나 예하 이속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부리에게 「부임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권유를 듣지 않자 사람들은 그의 전도를 걱정하는 형편임에도 눌재는 도리어 부하들에게 엄명을 내려 우부리를 잡아다가 곤장으로 쳐서 죽였다. 그때의 형세로는 실로 엄청난 폭거이며 이변이었다. 우부리의 집에서는 시체를 치울 생각도 하지 않고 사람을 서울로 급파하여 고변을 하니 대노한 연산군의 명으로 금부도사가 사약을 가지고 이곳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한편 눌재 선생은 우부리의 죄상을 조정에 알리는 동시 당당한 자세로 대죄할 것을 결심하고 서울로 올라가던 중 「장성갈재」를 넘어 입암산(笠岩山) 밑 갈림길에 이르렀는데, 난데없이 들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야옹 야옹" 소리를 내며 따라오라는 듯 그의 바지 가랑이를 물로 채기에 이상히 여겨 그 뒤를 밟았다. 그동안에 사약을 가진 금부도사는 큰길로 가게 되어 서로 길이 엇갈려 만나지 않고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는데, 곧바로 중종반정이 일어나 그 사건은 불문에 붙이게 되었다.